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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동안의 광복 - 1945년 8월 15일-9월 9일, 한반도의 오늘을 결정지은 시간들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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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동안의 광복 - 1945년 8월 15일-9월 9일, 한반도의 오늘을 결정지은 시간들

서해문집

길윤형 (지은이)

2020-08-15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우리는 아직 광복 이전에 있다
-한국 현대사의 첫날에서 분단까지, 3주간의 역사 다큐멘터리

광복 그날과
26일간의 건국 프로젝트


오늘날 세계 각국은 하나의 달력(태양력)을 사용하지만 거기에 담긴 국경일의 면면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달력을 넘기다 보면 그 나라의 정체성이 슬며시 엿보이곤 한다. 가령 영국과 일본의 달력에 등재된 여왕·천황 탄신일은 이 두 나라가 입헌군주국임을 가리킨다. 중국과 프랑스는 제각기 민중 봉기일을 기림으로써, 자신들의 국체가 민중혁명에서 비롯되었음을 넌지시 뽐낸다.

‘해방’이나 ‘독립’ 기념일을 국경일로 자축하는 나라도 있다. 이런 나라-민족의 역사에는 식민지배의 그림자가 짙게 어른거린다. 대한민국이 그중 하나다. 세계사의 20세기 전반부 스토리보드에 제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이웃 국가의 여러 식민지 중 하나로 스치듯 언급되던 이 나라는, 그 무명 혹은 도명(盜名)의 세월을 끝낸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로 명명해 기려오고 있다. ‘영예롭게[光] 되찾은[復] 날’이라는 뜻의 광복은 ‘해방’의 기쁨에 ‘독립(국가)’의 염원을 포갠 명칭이다. 요컨대 8.15는 엄혹했던 식민 역사의 종지부인 동시에 명실상부한 ‘한국 현대사의 첫날’인 셈이다.

《26일 동안의 광복》은 한국 현대사의 첫날인 1945년 8월 15일의 24시간과 그 직후 3주간-정확히는 조선총독부 청사에 성조기가 게양되는 9월 9일까지 26일간-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역사 다큐멘터리다. 해방된 조선인들이 이 땅에 통일된 독립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시작한 ‘건국 프로젝트’의 흥망이 다큐의 골자다. 연출자는 조선인 가미카제 문제에서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숨겨진 가족사에 이르기까지, 친일과 혐일을 가로지르며 사태의 핵심을 움켜쥐는 글쓰기에 매진해온 ‘한일 관계의 사관(史官)’ 길윤형이다. 그는 강박에 가까운 자신의 취재벽에 힘입어 흩어진 사료와 증언을 차곡차곡 채집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통계나 자료사진만으로 구현이 힘든 1945년 8-9월의 시공간과 그 속에서 벌어진 건국 프로젝트의 여정을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24시간+25일에 숨은
한국 현대사의 기원


1부에서는 일본 패망과 조선 해방을 직감한 여운형의 전화로 시작되는 해방 전야, 히로히토의 항복방송 막전막후, 감격에 젖은 조선인들과 하루아침에 뒤집힌 세상에 당황하는 재조일본인들, 건국준비위원회(건준)로 대표되는 건국 프로젝트의 시작, 여운형-송진우의 좌우합작 시도를 재구성함으로써 광복이라는 거대한 명칭에 가려졌던 8.15 당일의 24시간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2부에서는 해방 이튿날부터 9월 9일까지, 한국 현대사의 거푸집을 ‘분단’이라는 모양으로 굳힌 결정적 순간들-좌우합작 결렬, 한미연합 한반도 침투계획인 독수리작전의 실패, 조선총독부의 반격과 건준의 몰락, 미소 점령군의 남북 진주 등-을 복기한다.

8.15 이후 26일간은 우리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시인 김수영은 해방 직후의 경성 풍경을 “글 쓰는 사람과 그 밖의 예술하는 사람과 저널리스트들과 그 밖의 레이맨들이 인간성을 중심으로 결합될 수 있는 여유 있는 시절”(〈마리서사〉, 1966)로 뭉클하게 회고한 바 있다. 반면 반세기 뒤를 사는 저자의 복기는 한층 건조하면서도 절박하다. 그의 눈에는 “건국준비위원회가 결성되는 해방 당일부터 미군이 경성에 진주하는 9월 9일까지가 외세의 ‘직접 개입’ 없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광복의 날들”이었지만, 그 26일 동안 건국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던 좌우합작은 철저하게 구겨지고 뒤틀렸다. 3년간의 동족상잔과 75년간의 분단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기원”이 바로 여기에서 발발했다는 것이다. 해방정국에서 민족의 구심력이 외세와 이념의 원심력을 감당하지 못한 대가로, 한반도는 지금껏 지구상 유일한 냉전지대로 남아 있다.

학습된 과거는 실제보다 냉정한 평가를 받기 쉽다. 그렇더라도 과거의 공적 사태의 재구성은 그 자체로 역사학이다. 그리고 역사라는 이름의 이야기에는 현재를 사는 공동체의 열망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75년 전 광복 그날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밝은 날인 동시에 가장 어두운 날이었다. 이후 26일간은 어둠이 빛을 삼켜 가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한반도라는 공동체가 쟁취할 수 있었지만 끝끝내 좌초하고 만 어떤 정치적 상상, 역사적 가능성에 대한 가슴 아픈 회고다. 그 실패로 인해, 우리는 여전히 광복 이전에 있다. 오늘날에도 ‘26일 동안의 광복’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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